광고비 통계로 경기 흐름 읽는 법 — 무료로 볼 수 있는 국내 데이터 3곳
주식을 하다 보면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산 종목이 10% 빠졌을 때, 지금 같은 금액을 더 사면 평단가가 얼마로 내려오는지 계산해 보는 순간이요. 화면 속 숫자는 늘 희망적입니다. 평단이 내려오면 반등 때 본전이 가까워지니까, 지금 사는 게 오히려 기회처럼 보입니다.
저도 그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계산기가 저를 어디까지 데려갔는지, 오늘은 그 창피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몇 해 전, 나름 공부해서 고른 종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확신이 있었죠. 그런데 사자마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10%쯤 빠졌을 때 처음 물을 탔습니다. 평단이 내려오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20%쯤 빠졌을 때 또 탔습니다. 이번엔 "이 가격이면 거저"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 종목이 계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전체의 10%짜리 아이디어였는데, 손실을 메우려는 매수가 쌓이면서 어느새 제 계좌의 운명을 쥔 종목이 되어 있었던 겁니다. 더 무서운 것은 그때부터였습니다. 비중이 너무 커지니 그 종목을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나쁜 뉴스가 나와도 "일시적인 거야"라고 해석했고, 좋은 뉴스는 크게 받아들였습니다. 팔 수 없으니 믿는 쪽을 택한 거죠. 그 무렵의 저를 돌아보면 증상이 뚜렷했습니다. 장중에 수시로 호가창을 열어봤고, 유튜브에서는 그 종목을 좋게 보는 영상만 골라 봤습니다. 저는 이게 가장 좋지 않은 행동인 것 같습니다. 귀를 오히려 닫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을 오히려 잃어버릴 수 있기 떄문이죠.
반대 의견을 담은 리포트는 제목만 보고 닫았고요.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위로를 수집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 상태로 아주 오래 묶여 있었고, 결국 처음 계획보다 훨씬 큰 손실로 정리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 제가 했던 것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물타기와 분할매수는 겉으로는 같은 행동입니다. 떨어질 때 더 산다는 점에서요. 하지만 결정이 내려지는 시점이 다릅니다.
분할매수는 사기 전에 세운 계획입니다. 얼마까지 빠지면 얼마를 더 살지, 총 비중은 어디까지 갈지를 돈이 들어가기 전에, 그러니까 머리가 차가울 때 정해두는 것이죠. 반면 물타기는 손실이 난 뒤에 나오는 반응입니다. 계획에 없던 매수를 손실의 고통이 결정하게 두는 것. 같은 행동이지만 하나는 전략이고 하나는 감정이었습니다. 제가 했던 건 명백히 후자였고요.
손절이 어려운 이유를 저는 오랫동안 "확신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아니었습니다. 파는 순간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이었습니다. 팔지 않으면 아직 진 게 아니라는 착각 속에 머물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본전 생각이 더해집니다. 이만큼 물렸는데 지금 팔면 그동안 버틴 게 아깝다는, 이미 낸 돈이 아까워서 재미없는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것과 똑같은 심리요.
나중에 행동경제학 책을 읽다가 이게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묘한 위안을 받았습니다. 사람은 같은 금액이라도 잃을 때의 고통을 얻을 때의 기쁨보다 훨씬 크게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손실 확정을 미루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 설정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시장이 그 기본 설정을 이용해 돈을 가져간다는 것이고요.
이 심리를 이기려고 의지력에 기대는 건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에게 필요했던 건 결심이 아니라, 감정이 개입하기 전에 만들어둔 기준이었습니다.
첫째, 사기 전에 매수 이유를 한 줄로 적습니다. 그리고 손절의 기준을 가격이 아니라 그 이유에 겁니다. 이 회사의 성장 스토리를 보고 샀다면, 주가가 아니라 그 스토리가 깨졌을 때 파는 겁니다. 반대로 이유가 멀쩡한데 시장 분위기로 빠진 거라면 버틸 근거가 있는 것이고요. 가격만 보고 기계적으로 자르는 것보다 저에게는 이 방식이 맞았습니다.
둘째, 한 종목의 비중 상한을 정해뒀습니다. 아무리 확신이 있어도 이 선을 넘는 추가 매수는 하지 않습니다. 확신이 강할수록 위험한 게 이 판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으니까요.
셋째, 물을 타고 싶어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종목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지금 이 가격에 새로 사겠는가. 평단가를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규 매수로도 매력적인가를 묻는 건데, 이 질문 하나가 감정 매수를 꽤 걸러줍니다.
넷째, 팔았든 버텼든 결정을 기록합니다. 거창한 건 아니고 메모장에 매수한 날짜와 이유, 그 이유가 깨졌다고 판단할 조건, 그리고 정리한 뒤의 소감 한 줄을 남기는 정도입니다. 몇 번 쌓이니 제 실수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게 어떤 책보다 정확한 교재였습니다. 손실 자체는 그냥 손실입니다. 기록하고 복기할 때만 수업료가 됩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 적어두면, 이 이야기는 개별 종목에 해당합니다. 시장 전체를 사는 지수 적립식은 성격이 다릅니다. 개별 기업은 영영 회복하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지만 지수는 구성 종목을 갈아 끼우며 이어지기 때문에, 애초에 스토리가 깨진다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거든요. 제가 개별 종목에는 칼 같은 기준을 세우면서도 지수 적립식은 하락장에도 계속 사 모으는 이유입니다. 어떤 돈에는 손절 기준이 필요하고, 어떤 돈에는 버틸 원칙이 필요합니다. 이 둘을 섞으면 둘 다 망가집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기준을 만든 지금도 손절은 아픕니다.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가벼워지는 날은 아마 오지 않을 겁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아픈 결정을 감정이 아니라 기준이 내린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계좌에서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나눈 것으로, 특정 매매 방식이나 종목의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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