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26의 게시물 표시

광고비 통계로 경기 흐름 읽는 법 — 무료로 볼 수 있는 국내 데이터 3곳

이미지
지난 9월 1일 글에서 경기 침체는 뉴스보다 광고 예산 회의에서 먼저 보인다고 적었습니다. 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였는데, 여러 분이 그걸 실제로 확인할 방법이 있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있습니다. 그것도 무료로 공개되어 있고, 통계청 승인을 받은 국가통계입니다. 다만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읽는지를 아는 사람이 드물 뿐입니다. 이 글에는 국내 광고비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곳 세 군데와 실제 숫자, 그리고 읽을 때 빠지기 쉬운 함정까지 정리했습니다. 종목이나 투자 판단 이야기는 없습니다. 데이터를 읽는 방법만 다룹니다. 왜 하필 광고비인가 기업 예산 중에 광고비는 구조적으로 특이한 위치에 있습니다. 인건비는 사람을 내보내야 줄고, 임대료는 계약이 끝나야 줄고, 설비 투자는 이미 집행한 돈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반면 광고비는 다음 달 캠페인을 안 켜면 그날로 줄어듭니다. 그래서 기업이 불안을 느끼면 가장 먼저 손대는 항목이 됩니다. 제가 실무에서 보는 순서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실적 발표나 감원 뉴스가 나오기 훨씬 전에, 다음 분기 미디어 플랜 규모부터 조용히 줄어듭니다. 실제 숫자로도 나타납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총광고비 성장률도 -2.1%를 기록했고, 이후 크게 반등해 2021년에는 9.9%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광고비가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그리고 더 크게 출렁인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회사원이나 사업부서에서 근무하고 계신 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광고비 규모 증감은 굉장히 해당 회사의 상황을 가장 예민하게 드러내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데이터 1. 광고경기전망지수(KAI) — 가장 빠른 신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발표하는 월간 지표입니다. 통계청 국가승인통계이고, 매월 국내 560여 개 광고주에게 다음 달 광고지출이 늘어날지 줄어들지를 물어 그 응답을 지수로 만든 자료입니다. 산출식은 단순합니다. ○ KAI = (증가 응답 업체수 − ...

광고비 통계로 경기 흐름 읽는 법 — 무료로 볼 수 있는 국내 데이터 3곳

이미지
지난 9월 1일 글에서 경기 침체는 뉴스보다 광고 예산 회의에서 먼저 보인다고 적었습니다. 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였는데, 여러 분이 그걸 실제로 확인할 방법이 있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있습니다. 그것도 무료로 공개되어 있고, 통계청 승인을 받은 국가통계입니다. 다만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읽는지를 아는 사람이 드물 뿐입니다. 이 글에는 국내 광고비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곳 세 군데와 실제 숫자, 그리고 읽을 때 빠지기 쉬운 함정까지 정리했습니다. 종목이나 투자 판단 이야기는 없습니다. 데이터를 읽는 방법만 다룹니다. 왜 하필 광고비인가 기업 예산 중에 광고비는 구조적으로 특이한 위치에 있습니다. 인건비는 사람을 내보내야 줄고, 임대료는 계약이 끝나야 줄고, 설비 투자는 이미 집행한 돈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반면 광고비는 다음 달 캠페인을 안 켜면 그날로 줄어듭니다. 그래서 기업이 불안을 느끼면 가장 먼저 손대는 항목이 됩니다. 제가 실무에서 보는 순서도 대체로 그렇습니다. 실적 발표나 감원 뉴스가 나오기 훨씬 전에, 다음 분기 미디어 플랜 규모부터 조용히 줄어듭니다. 실제 숫자로도 나타납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총광고비 성장률도 -2.1%를 기록했고, 이후 크게 반등해 2021년에는 9.9%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광고비가 경기와 같은 방향으로, 그리고 더 크게 출렁인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회사원이나 사업부서에서 근무하고 계신 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광고비 규모 증감은 굉장히 해당 회사의 상황을 가장 예민하게 드러내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데이터 1. 광고경기전망지수(KAI) — 가장 빠른 신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발표하는 월간 지표입니다. 통계청 국가승인통계이고, 매월 국내 560여 개 광고주에게 다음 달 광고지출이 늘어날지 줄어들지를 물어 그 응답을 지수로 만든 자료입니다. 산출식은 단순합니다. ○ KAI = (증가 응답 업체수 − ...

추석 연휴 전 꼭 챙겨야 하는 투자자 체크 리스트

이미지
작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밤을 기억합니다. 가족들은 다 자는데 저는 거실에 앉아 휴대폰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연휴 동안 밤마다 미국 지수를 확인했고, 커뮤니티에 들어가 "연휴 후 첫날 어떻게 될까요" 같은 글들을 읽었고, 마지막 날에는 내일 아침 우리 장이 얼마나 밀릴지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시장은 제가 걱정한 만큼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미 지쳐 있었습니다. 아무 매매도 하지 않았는데 닷새를 계좌와 씨름한 셈이었으니까요. 그때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장은 닷새를 푹 쉬었는데, 왜 저만 쉬지 못했을까. 올해 추석은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 이번에는 연휴를 좀 다르게 보내보려고, 지난 며칠 동안 준비한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시장은 닫혀도 세상은 닫히지 않습니다 연휴 불안의 정체를 저는 한동안 잘못 짚고 있었습니다. 장이 쉬니까 불안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국내 증시가 휴장한다는 건 정확히 말하면 제 주문만 멈춘다 는 뜻입니다. 미국장은 평소처럼 열리고, 환율도 움직이고, 유가도 지표 발표도 그대로 나옵니다. 즉 연휴는 시장이 멈추는 기간이 아니라 정보는 계속 쌓이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간입니다. 불안의 원인은 정보의 공백이 아니라 정보와 행동 사이의 시차였던 겁니다. 그래서 연휴가 길수록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며칠 치 소식이 한꺼번에 쌓여 있다가 연휴 후 첫날 아침에 한 번에 반영되니까요. 그런데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니 대응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건 그 며칠 동안의 뉴스가 아니라, 그 며칠 동안의 제 상태였습니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울 때 하는 일 힌트는 또 회사에서 얻었습니다. 마케팅 분석가로 일하면서 장기 휴가를 갈 때가 있습니다. 그때 제가 하지 않는 일이 하나 있는데, 돌아가는 캠페인을 전부 꺼두고 가는 겁니다. 광고를 끄면 그동안 쌓인 학습 데이터가 날아가고, 복귀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리를...

월급이 올랐는데 통장 잔고는 그대로였습니다

이미지
예전에는 연봉이 오르면 돈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월급이 20만 원만 더 들어오면 그 돈은 그대로 저축해야지. 다음 연봉협상에서 조금 더 오르면 투자금도 늘려야지." 계산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실제 통장에서는 그 계산이 한 번도 맞지 않았습니다. 첫 월급을 받던 시절보다 분명 버는 돈은 늘었는데 월급 날을 며칠 앞둔 통장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축과 투자도 생각했던 것만큼 빠르게 늘지 않았고요. 처음에는 이유를 물가에서 찾았습니다.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까. 아무래도 경조사비도 늘어나고 후배들 밥도 사주면서 나이가 들면서 나가는 돈도 많아졌으니까." 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둘 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카드 내역을 몇 달치 펼쳐놓고 보니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돈이 꽤 많았습니다. 월급이 오르는 동안 제가 생각하는 ‘평범한 생활’의 가격도 같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특별했던 것이 어느 순간 평범해졌습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점심 한 끼를 먹어도 가격을 꽤 신경 썼습니다. 택시는 정말 늦었을 때 타는 것이었고, 배달 음식은 주말에 한 번 시켜 먹는 작은 이벤트에 가까웠습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며칠은 고민했고요. 그런데 소득이 조금씩 늘면서 기준도 아주 조금씩 움직였습니다. 커피에 디저트를 추가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고 늦게까지 일한 날에는 택시를 타는 데 별 고민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가격부터 봤던 물건도 어느 순간부터는 ‘이 정도는 괜찮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저도 모르게 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하나는 별것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그 별것 아닌 것들이 어느 순간 새로운 기본값 이 됐다는 겁니다. 한 번 좋은 것을 경험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소비를 늘린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습니다. 그냥 원래 이렇게 살았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늘어난 고무줄 같았습니다. 그래서 월급은 계단처럼 올랐는데 생활비...

좋아하는 제품과 좋은 주식은 다르다는 걸 마트 계산대에서 배웠습니다

이미지
얼마 전 영상 구독 서비스 하나를 해지하려고 설정 화면까지 들어갔다가, 손가락이 멈췄습니다. 이 회사 이번 분기 구독자 수가 줄면 주가가 빠질 텐데. 저는 그 회사 주주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해지 버튼 앞에서 남의 회사 실적을 걱정하고 있더군요. 결국 해지는 했습니다만, 그날 저는 제가 어딘가 이상해졌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투자를 시작하고 몇 년, 시장을 보는 눈이 달라진 건 예상했던 일입니다. 예상 못 했던 건 소비가 달라졌다는 겁니다. 오늘은 그 이상한 증상들을 고백해 보려 합니다. 증상 하나. 카트 안의 물건이 전부 종목으로 보입니다 마트에 가면 예전엔 가격표를 봤는데 지금은 회사가 보입니다. 라면을 집으면 그 회사의 해외 매출 비중이 떠오르고, 화장품 코너를 지나면 요즘 이 브랜드 검색량이 늘었던가를 생각합니다. 마케팅 분석가라는 직업병에 투자자라는 직업병이 겹친 결과인데, 장 보는 시간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리서치이고 솔직히 말하면 병입니다. 재미있는 발견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계산대 줄에서 앞사람들의 카트를 훔쳐보다가,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 유난히 많이 실려 있는 걸 봤습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 회사가 실제로 그 분기에 좋은 실적을 냈더군요. 생활 속에서 먼저 보이는 신호가 있다는 걸, 계산대에서 배웠습니다. 증상 둘. 이상한 충성심이 생겼습니다 제가 주식을 들고 있는 회사의 제품 앞에서 이상한 마음이 듭니다. 경쟁사 제품이 더 싸고 좋아 보여도 손이 잘 안 갑니다. 내 돈으로 경쟁사 매출을 올려주는 게 배신 같달까요. 반대로 첫 배당금을 준 그 회사 제품이 계산대를 지나갈 때는 묘하게 뿌듯합니다. 이 매출의 아주 작은 조각이 돌고 돌아 다음 분기 제 계좌로 온다는 걸 아니까요. 그런데 이 충성심에는 함정이 있었습니다. 주주로서의 애착이 소비자로서의 판단을 흐리기 시작하면, 저는 더 좋은 제품을 놓치고 그 회사는 제 냉정한 피드백을 잃습니다. 회사에서 고객 데이터를 볼 때 제일 경계하는 게 내 취향이 데...

남는 돈으로 투자하면 남는 돈이 없습니다: 월급을 먼저 분할해야 하는 이유

이미지
월급날 다음 날 아침, 저는 30분 동안 은행 앱과 증권 앱을 오갑니다. 통장 다섯 개 사이로 돈이 이동하는 시간입니다. 누가 보면 부지런하다고 하겠지만 사실 대부분은 자동이체가 밤사이 알아서 해둔 일이고, 저는 그걸 확인하고 몇 가지를 손보는 정도입니다. 이 30분이 없던 시절 이야기부터 해야겠습니다. 투자를 시작하고 몇 년간 저는 같은 다짐을 반복했습니다. 이번 달은 쓰고 남는 돈으로 꼭 투자해야지. 결과는 아시는 대로입니다. 남는 돈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월급은 늘 어딘가로 새어나갔고, 저는 매달 말 잔고를 보며 다음 달을 기약했습니다. 돈이 부족한 게 아니라 자리가 없는 거라는 걸 깨닫는 데 꽤 오래 걸렸습니다. 캠페인 예산은 남는 돈으로 짜지 않는다 깨달음은 역시 회사에서 왔습니다. 마케팅 예산을 짤 때 저는 분기 시작 전에 채널별로 돈을 먼저 배분합니다. 브랜딩에 얼마.. 퍼포먼스에 얼마.. 테스트에 얼마.. 쓰고 남는 돈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회사는 세상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 월급은 정확히 그렇게 굴리고 있었습니다. 먼저 쓰고, 남으면 투자. 회사 돈은 선배분하면서 제 돈은 후배분하고 있었던 거죠. 그날 월급을 캠페인 예산처럼 다루기로 했습니다. 들어오는 즉시 자리별로 먼저 나누고, 남는 돈으로 생활하기. 순서를 뒤집은 것뿐인데 그 뒤로 투자가 처음으로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통장 다섯 개, 각자의 역할 첫 번째는 생활비 통장입니다. 월세와 공과금 같은 고정비와 한 달 생활비가 들어가는 자리로,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나머지 네 자리로 돈이 빠져나간 뒤 남는 금액이 그달의 진짜 생활비입니다. 두 번째는 비상금 통장입니다. 파킹통장에 생활비 여섯 달치를 목표로 모아뒀는데, 이 자리가 하락장에서 저를 살렸습니다. 계좌가 30% 빠져도 팔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강한 멘탈 때문이 아니라 당장 쓸 돈이 여기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상금이 채워지기 전까지는 이 자리가 투자보다 우선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노후 자리...

지인들에게 종목 추천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이유

이미지
지난주 회식 자리에서 오랜 직장 동료가 물었습니다. "요즘 뭐 사면 좋을까?" 몇 년 전의 저였다면 신이 나서 대답했을 겁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웃으며 다른 대답을 했습니다. 종목은 모르겠지만 적금 하나를 지수 적립으로 바꿔보라는 조언 정도만 해줬습니다. 직장 동료는 다소 시시하다는 표정이었고 저는 그 표정을 보며 조금 안도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왜 이렇게 시시한 사람이 됐는지 그간 있었던 저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추천이 즐거웠던 시절 투자를 시작하고 운 좋게 몇 달 잘 맞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났고 모임에 가면 자연스럽게 제 옆자리에 질문이 모였습니다. 뭐 사면 될까? 그거 지금 들어가도 되는거야? 솔직히 말하면 그 질문들이 좋았습니다. 회사에서는 과장이었지만 술자리에서는 전문가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종목을 알려줬습니다. 제가 들고 있던 혹은 확신하던 종목을 하나 둘씩 말입니다. 친구는 다음 날 샀다고 했습니다. 얼마를 넣었는지는 묻지 않았고 묻지 않은 걸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그 종목이 빠지기 시작했을 때 몇 주 뒤 그 종목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계좌도 같이 파래졌지만 이상하게 제 손실은 견딜 만했습니다. 견딜 수 없었던 건 친구의 손실이었습니다. 친구는 괜찮다고 네 탓 아니라고 했지만 그 말이 더 아팠습니다. 그 무렵 제 행동이 좀 이상해졌습니다. 그 친구 이름이 떠오를 때마다 그 종목 시세를 확인했고 친구가 카톡을 보내면 종목 얘기일까 봐 열어보기 전에 한 번 심호흡을 했습니다. 모임에서 그 친구가 조용하면 계좌 때문인가 싶었고 반대로 웃고 있으면 억지로 괜찮은 척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우정에 종목 하나가 끼어드니 관계의 모든 장면에 시세가 겹쳐 보이는 겁니다. 나중에 그 종목이 회복되고 친구가 결국 소소하게 벌고 나왔을 때도 이상하게 기쁘지 않았습니다. 이미 관계는 한 번 흔들렸고, 저는 그 몇 달의 초조함을 다시는 겪고...

출근 전 15분 만에 제가 시장을 읽는 순서를 공개합니다.

이미지
예전의 제 아침은 이랬습니다. 알람을 끄자마자 침대에서 증권 앱을 열고, 내 종목들의 예상 체결가부터 확인합니다. 빨간불이면 기분 좋게 일어나고, 파란불이면 이불 속에서 한숨을 쉬죠. 그날 하루의 기분이 눈뜬 지 삼십 초 만에 계좌에 저당 잡히는 아침이었습니다. 지금도 아침에 시장을 봅니다. 보는 시간은 출근 준비 중 15분 정도로 비슷합니다. 달라진 건 딱 하나, 보는 순서입니다. 그런데 이 순서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놔서, 오늘은 그 15분을 통째로 공개해 보려고 합니다. 순서를 바꾼 이유: 대시보드의 원칙 회사에서 마케팅 대시보드를 만들 때 배운 원칙이 있습니다. 같은 지표라도 배치 순서가 해석을 결정한다는 것. 전환율부터 보면 캠페인을 탓하게 되고, 시장 트래픽부터 보면 맥락 안에서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대시보드는 큰 그림에서 작은 숫자 순서로 설계합니다. 어느 날 문득, 제 아침이 이 원칙을 정반대로 어기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가장 작은 숫자인 내 종목부터 보고 있었으니까요. 맥락 없이 결과부터 보면 남는 건 해석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그날부터 아침 순서를 대시보드처럼 다시 설계했습니다.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세상에서 내 계좌로. 저의 15분, 순서대로 공개합니다 첫 3분은 밤사이 미국장입니다. 3대 지수가 얼마나 움직였는지, 그리고 왜 움직였는지 헤드라인 하나만 읽습니다. 물가 지표 때문인지, 실적 때문인지, 이유 없는 수급인지. 등락률보다 이유 한 줄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물가 발표 다음 날 아침이라면 숫자가 예상보다 높았는지 낮았는지 그 한 줄만 알아도, 오늘 우리 장이 왜 이런 표정인지 출근길에 이미 설명이 됩니다. 이유를 알면 오늘 우리 장의 하락이 예보된 비인지 국지성 소나기인지 구분되니까요. 다음 2분은 환율입니다. 원달러가 어느 방향으로 가 있는지만 봅니다. 환율은 외국인 수급의 일기예보라서, 밤사이 원화가 급하게 약해져 있으면 오늘 우리 장의 수급이 무거울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됩니다. ...

금리도, 지수도, 주도주도 틀렸습니다: 1월의 나를 채점해 봤더니

이미지
투자 일지를 분기마다 복기한다고 지난 글에 적었는데, 이번 복기에서 가장 부끄러운 페이지를 발견했습니다. 올해 1월에 적어둔 "올해의 전망" 메모입니다. 새해 기분에 취해 시장이 어디로 갈지 자신 있게 적어뒀더군요. 반년이 지난 지금, 빨간 펜을 들고 채점해 봤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참담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채점을 하다가, 제 틀린 예측들 사이에서 어떤 패턴을 발견했거든요. 오늘은 그 오답노트를 공개하려 합니다. 부끄러움은 잠깐이고, 이 발견은 오래 쓸 것 같아서요. 오답 하나. "금리는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1월의 저는 확신했습니다. 물가가 잡혀가니 올해는 금리 인하의 해가 될 거라고요. 인하를 전제로 채권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지, 어떤 업종이 수혜일지까지 그럴듯하게 적어뒀습니다. 현실은 정반대로 갔습니다. 물가가 에너지를 타고 다시 올랐고, 여름에는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인하 수혜주로 적어둔 종목들 옆에는 지금 물음표만 가득합니다. 돌아보면 저는 예측을 한 게 아니라 소망을 적었던 겁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내려갈 것이다로 둔갑해 있었죠. 오답 둘. "지수가 신고가를 뚫었다, 추세는 확정이다" 초여름,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뚫던 무렵의 일지를 보면 낯이 뜨겁습니다. 감정 칸에 "확신"이라는 단어가 가장 자주 등장하는 시기가 바로 그때였거든요. 상승 추세가 확정됐으니 조정은 기회일 뿐이라고 적어뒀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지수는 고점에서 30% 가까이 밀렸습니다. 하락장 이야기는 지난 글에 자세히 적었으니 반복하지 않겠지만, 오답노트 관점에서 남는 교훈은 하나입니다. 제 확신의 크기는 고점에서 가장 컸다는 것. 일지가 아니었다면 저는 이 사실을 영영 몰랐을 겁니다. 기억 속의 저는 늘 신중한 사람이었을 테니까요. 오답 셋. 주도 업종도 비껴갔습니다 연초 ...

명절 밥상에서 한 번도 꺼내지 못한 질문 '부모님의 노후'

이미지
이번 추석엔 부모님과 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작년 추석, 친척 어른이 물으셨습니다. 요즘 주식 좀 하냐? 저는 웃으며 그냥 조금요, 하고 화제를 돌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미국 금리 이야기도, 반도체 전망 이야기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그날 끝까지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밥상 건너편에 앉아 계신 부모님의 노후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바로 그 질문이었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저는 일면식도 없는 기업의 재무제표는 뜯어보면서, 저를 키운 두 분의 재무 상태는 하나도 모릅니다. 국민연금이 언제부터 얼마나 나오는지, 보험은 정리가 되어 있는지, 목돈은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모르는 게 아니라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올해 추석에는 그 대화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글은 그 준비의 기록입니다. 왜 가족끼리 돈 얘기가 제일 어려울까요? 시작은 금리 인상 안내 문자였습니다. 지난번 글에 적었듯 제 대출 구조도 모르고 살았다는 걸 깨달은 날, 생각이 한 발 더 나갔습니다. 내 대출도 몰랐는데, 부모님의 돈 구조는 더 모르는구나. 그리고 부모님 연세의 앞자리가 바뀐 올해, 이 무지가 슬슬 불안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 대화는 이렇게 어려울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정서에서 자식이 부모의 돈을 묻는 건 세 가지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재산에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부모를 걱정시키거나, 알아서 하는 일에 간섭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그래서 자식은 입을 닫고, 어쩌다 물어도 부모님은 "우리 걱정은 말아라"로 문을 닫으시죠. 그렇게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서로의 상황을 모르게 만듭니다. 얼마 전 또래 친구들 모임에서 이 얘기를 꺼냈다가 놀랐습니다. 주식이며 부동산이며 훤한 녀석들인데, 부모님 국민연금이 언제부터 나오는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군요. 다들 저와 같은 침묵 속에 있었던 겁니다. 문제는 그 침묵의 비용이 나중에 청구된다는 겁니다. 준비 안 된 부모님의 노후는 언젠가 자식의 가계 리...

사상 최고가에서 폭락까지: 올여름 하락장이 검증한 것들

이미지
올여름 어느 아침을 기억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앱을 열었더니 지수가 장중 3% 넘게 빠져 있었고, 제 계좌는 온통 파란색이었습니다. 커뮤니티는 아비규환이었죠. 끝났다는 사람, 전량 매도했다는 사람, 지금이 기회라며 대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 몇 달 전만 해도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뚫었다며 다들 축포를 쏘던 곳이었는데요. 돌아보면 올해 시장은 잔인한 롤러코스터였습니다. 봄까지는 모두가 천재였습니다. 커뮤니티엔 수익 인증이 줄을 이었고, 목표가는 매주 상향됐고,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진리처럼 돌았죠.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뚫던 날엔 저도 들떠서 계좌를 몇 번이나 열어봤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두 달여 만에 고점 대비 30% 가까이 밀렸습니다. 공포지수가 치솟았고, 수익 인증이 사라진 자리엔 손실 인증과 침묵이 들어섰고, 제 계좌도 예외 없이 쪼그라들었습니다. 오늘은 그 여름 동안 제가 한 일과 하지 않은 일을 기록해 두려고 합니다. 자랑이 아닙니다. 절반은 반성문이고, 절반은 다음 하락장의 저에게 보내는 메모입니다. 하지 않은 일 하나, 공포에 팔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유혹은 단연 전량 매도였습니다. 더 빠지기 전에 일단 다 팔고 바닥에서 다시 사자는 계획은 하락장마다 찾아오는 달콤한 속삭임이죠. 그 유혹이 정점이던 날, 저는 투자 일지의 감정 칸에 "공포"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제 일지의 규칙 하나를 따랐습니다. 감정 칸에 공포나 설렘이 적히는 날에는 어떤 결정도 하루 미룬다. 하루를 미루고 나서 한 일은 시세 확인이 아니라 매수 이유 점검이었습니다. 종목마다 사기 전에 적어둔 이유와 그 이유가 깨지는 조건을 다시 읽었죠. 시장 전체가 빠진 것이지 제가 적어둔 이유가 깨진 종목은 대부분 아니었습니다. 딱 하나, 조건에 걸린 종목이 있었고 그건 기준대로 정리했습니다. 아팠지만, 공포로 판 게 아니라 기준으로 판 것이라 후회는 없었습니다. 팔 이유가 있는 것만 팔고 나머지는 쥔다. 그 여름 제가 지킨 첫 번째 원칙입니다. 하...

3년째 쓰는 투자 일지: 다섯 칸짜리 양식이 제 계좌를 바꿨습니다

이미지
회사에서 저는 회고 없이 캠페인을 끝내본 적이 없습니다. 광고 하나를 돌려도 뭐가 통했고 뭐가 안 통했는지 리포트를 쓰고 다음에 반영하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회사 돈 백만 원짜리 캠페인은 그렇게 복기하면서 제 돈 수백만 원이 걸린 매매는 단 한 번도 복기한 적이 없다는 것을 순간 깨달았습니다. 계좌 절반을 한 종목에 물타기로 밀어 넣었던 사고를 정리하던 무렵이었습니다. 그 종목을 왜 샀는지 기억을 더듬어봤는데 놀랍게도 정확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분명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남은 건 "좋아 보였다"는 흐릿한 인상뿐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꽤 충격적이었고 많이 반성을 했습니다. 그날부터 메모장에 한 줄을 적으면서 시작된 것이 지금 3년째 이어지고 있는 투자 일지입니다. 기억은 편집된다는 것을 인정하기 일지를 쓰면서 처음 알게 된 건 투자가 아니라 제 기억에 대한 사실이었습니다. 기억은 녹화가 아니라 편집이더군요. 수익이 난 매매는 시간이 지나면 내 분석이 맞았던 걸로 기억되고 손실이 난 매매는 시장이 이상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산 이유는 미화되고 팔았던 공포는 점점 흐릿해집니다. 이 편집된 기억으로 다음 결정을 내리니 같은 실수가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이성 중심의 가치 판단을 매 번 정확히 내리는 프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록은 이 편집을 막는 유일한 장치였습니다. 매수 버튼을 누른 그 순간의 생각을 그 순간의 언어로 박제해 두면 몇 달 뒤의 나는 미화할 재료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제 일지의 원칙은 하나입니다. 사는 날 그리고 팔기 전에 반드시 작성하는 습관을 지켰습니다. 공개합니다. 다섯 칸짜리 양식! 거창한 도구는 없습니다. 휴대폰 메모장에 종목당 다섯 줄입니다. 첫째 칸, 날짜와 매수가와 비중 그리고 사실 관계의 기록입니다. 나중에 차트를 다시 보면 그날의 위치가 보입니다. 둘째 칸, 산 이유 한 줄입니다.  조건이 하나 있는데 한 문장으로 못 쓰면...

대출 이자 인상 안내를 받고서야 금리 공부를 시작한 이유

이미지
올여름 은행 앱에서 알림이 하나 왔습니다. 대출 금리 변동 안내. 변동금리로 받아둔 대출의 적용 금리가 올랐고, 다음 달부터 월 이자가 몇 만원 늘어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짜증 한 번 내고 넘겼을 겁니다. 실제로 몇 년 전에는 그랬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내린다는 뉴스는 저와 상관없는 경제면 이야기였고, 이자가 올랐다는 문자는 그냥 재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알림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게 내 주식 계좌가 요즘 흔들리는 것과 같은 이유구나." 가계부와 계좌가 같은 이유로 움직인다는 발견 올여름 한국은행은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뉴스에서는 물가를 선제적으로 잡겠다는 설명이 나왔고, 제 계좌에서는 성장주들이 파랗게 눌렸으며, 제 가계부에서는 대출 이자가 늘었습니다. 셋은 다른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사건이 세 곳에 도착한 것뿐이었죠. 이 연결이 보이기 시작하니 금리 뉴스가 완전히 다르게 읽혔습니다. 그전까지 금리는 투자 공부의 한 챕터, 그러니까 지식이었는데, 이제는 매달 제 통장에서 실제로 빠져나가는 청구서이자 제 계좌의 날씨였습니다. 돈의 값이 오른다는 건 빌린 사람에겐 비용이 커지는 일이고, 빌려준 사람에겐 수익이 커지는 일이며, 주식처럼 위험을 감수하는 돈에는 경쟁자가 세지는 일이라는 것. 교과서 문장이 고지서로 배달되고 나서야 진짜 이해가 됐습니다. 나가는 주머니에서 한 일 먼저 대출부터 정리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인데, 알림을 받기 전까지 저는 제 대출이 변동금리인지 고정금리인지, 금리가 어떤 주기로 조정되는지도 정확히 몰랐습니다. 빌릴 때 설명을 듣긴 했지만 흘려들었던 거죠. 그날 저녁 대출 계약을 처음으로 꼼꼼히 읽고, 변동금리가 어떤 지표를 따라 언제 조정되는지, 중도상환수수료가 언제 면제되는지, 지금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의 금리는 얼마인지를 표로 정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당장 갈아타지 않고 일부...

투자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한다면 저는 이 순서로 하겠습니다

이미지
얼마 전 회사 후배가 물었습니다. 주식 공부, 뭐부터 하면 돼요? 쉽게 답할 줄 알았는데 말문이 막혔습니다. 제가 실제로 밟았던 순서를 되짚어보니, 그대로 알려주면 안 되겠다 싶었거든요. 저는 종목 추천 영상부터 봤고, 그다음 차트와 매매 기법을 팠고, 테마를 따라다니다 수업료를 치르고, 그러고 나서야 재무제표를 폈고, 더 깨지고 나서야 시장 전체와 제 심리를 공부했습니다. 돌아보니 완벽하게 거꾸로 배운 겁니다. 마지막에 배운 것들이 사실은 제일 먼저 알았어야 하는 것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날 후배에게 해준 대답을, 오늘은 글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만약 계좌를 비우고 기억도 지운 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저는 이 순서로 하겠습니다. 1단계. 종목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사는 법부터 가장 먼저 할 일은 역설적이게도 공부가 아니라 시작입니다. 다만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요. 시장 전체를 담는 지수에 매달 같은 금액을 적립하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종목을 고르는 눈이 없어도 할 수 있고, 공부하는 몇 년 동안에도 돈이 일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순서를 첫 번째로 두는 이유가 있습니다. 공부를 다 마치고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대부분 시작을 영영 미루는 계획이 되고, 반대로 준비 없이 종목부터 사면 공부가 아니라 도박이 됩니다. 지수 적립은 그 사이의 유일한 길입니다. 금액은 월 10만 원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니라 월급날 다음 날 자동으로 사지는 구조를 만들어 두는 것, 그래서 의지력이 아니라 시스템이 투자를 굴리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적금을 지수 적립으로 바꾸면서 이 감각을 배웠는데, 그 이야기는 따로 적어둔 글이 있습니다. 2단계. 회사를 읽는 언어, 딱 세 개의 지표 다음은 회사라는 것을 읽는 문법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회계 공부를 결심하고 두꺼운 책을 사는데, 제 경험상 그 책은 완주되지 않습니다. 필요한 건 회계사의 지식이 아니라 세 가지 질문입니다. 이 회사는 버는 돈에 비...

경기 침체는 뉴스보다 광고 예산 회의에서 먼저 알 수 있는 3가지 이유

이미지
경기가 꺾인다는 걸 저는 뉴스보다 예산표에서 먼저 봅니다. 마케팅 분석가로 일하다 보면 분기마다 다음 분기 광고 예산을 잡는 회의에 들어가는데, 어느 해인가 그 회의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브랜딩 캠페인은 일단 보류하고, 당장 매출로 이어지는 퍼포먼스 광고만 돌리자." "예산은 30% 줄이자." 그때는 그냥 우리 회사 사정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경기 둔화 우려가 뉴스 헤드라인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몇 번을 더 겪고 나서 알았습니다. 광고비는 경기의 온도계라는 것. 그것도 뉴스보다 한 계절 먼저 움직이는 온도계라는 것. 오늘은 이 직업병이 투자에 어떻게 쓰이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지난 두 편에서 마케터의 눈으로 종목을 고르고 실적을 읽었다면, 이번엔 경기를 읽는 이야기입니다. 왜 광고비가 먼저 움직이는가 기업이 비용을 줄여야 할 때 가장 먼저 손대는 항목이 뭘까요. 인건비는 사람이 걸려 있고, 임대료는 계약이 걸려 있고, 원재료비는 줄이면 물건이 안 나옵니다. 하지만 광고비는 다음 달 집행을 안 하면 그만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타격도 없죠. 그래서 경영진의 마음속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 광고 예산이 제일 먼저 깎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들면 광고비는 빠르게 다시 늘어납니다. 물건을 팔 자신이 생겼다는 뜻이니까요. 즉 광고비는 기업 심리를 돈으로 환산한 숫자입니다. 설문으로 묻는 경기 심리지수와 달리, 실제로 집행된 예산이라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마케터들이 이 숫자의 방향을 남들보다 먼저 보는 자리에 앉아 있을 뿐입니다. 렌즈 하나. 광고 플랫폼의 실적은 광고주 수천만 명의 심리지수 개인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광고비 지표는 광고를 파는 회사들의 실적입니다. 구글이나 메타처럼 매출의 대부분이 광고에서 나오는 기업의 분기 실적을 보면 광고 매출 성장률이 나오는데, 이 숫자는 그 플랫폼에 돈을 쓴 전 세계 광고주 수천만 명의 지갑을 합산한 결과입니다. 국내...

커피 한 잔 값 첫 배당금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이미지
어느 평일 아침 출근길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이 울렸고, 은행 앱 알림이 떠 있었습니다. 입금 3,847원. 보낸 곳은 증권사였습니다. 처음엔 뭔가 잘못 들어온 줄 알았습니다. 판 주식도 없는데 웬 돈인가 싶어 앱을 열어보니 거래 내역에 낯선 네 글자가 찍혀 있더군요. 배당금 입금. 몇 달 전 공부 삼아 사둔 주식 몇 주가 있었는데, 그 회사가 분기 배당을 주는 회사였던 겁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주주로서 첫 월급 아닌 월급을 받은 셈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 값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알림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첫 배당이 주는 그 느낌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금액은 작았는데, 기분은 작지 않았습니다 월급날의 입금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돈이었습니다. 월급은 제 시간과 노동을 판 대가입니다. 한 달치 출근과 회의와 야근이 숫자로 환산되어 들어오는 돈이죠. 그런데 이 3,847원은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들어왔습니다. 제가 자고, 일하고, 주말에 쉬는 동안 그 회사의 직원들이 일했고,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의 아주 작은 조각이 지분만큼 저에게 배달된 겁니다. 내가 일해서 버는 돈 말고, 내 돈이 일해서 버는 돈. 책에서 수십 번 읽은 문장이었는데, 계좌에 찍힌 네 자리 숫자 하나가 그 문장을 처음으로 실감 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달라진 것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주가를 보는 눈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주식은 저에게 오르내리는 숫자였습니다. 빨간불이면 기분이 좋고 파란불이면 불안한, 그냥 시세였죠. 그런데 배당을 받고 나니 그 숫자 뒤에 회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가진 건 깜빡이는 호가가 아니라 이익을 벌어 주주와 나누는 회사의 지분이라는 감각. 신기하게도 그 감각이 생기자 하루하루의 등락에 덜 흔들리게 됐습니다. 얼마 전 시장이 크게 출렁인 날에도, 예전 같으면 앱을 지웠다 깔았다 했을 텐데 이번엔 다음 배당 지급일이나 확인하고 화면을 닫았습니다. 가격이 내려간 날에도 회사가 장사를 잘하고 있다면 내 지분의 배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