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 통계로 경기 흐름 읽는 법 — 무료로 볼 수 있는 국내 데이터 3곳
회사에서 저는 회고 없이 캠페인을 끝내본 적이 없습니다. 광고 하나를 돌려도 뭐가 통했고 뭐가 안 통했는지 리포트를 쓰고 다음에 반영하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회사 돈 백만 원짜리 캠페인은 그렇게 복기하면서 제 돈 수백만 원이 걸린 매매는 단 한 번도 복기한 적이 없다는 것을 순간 깨달았습니다.
계좌 절반을 한 종목에 물타기로 밀어 넣었던 사고를 정리하던 무렵이었습니다. 그 종목을 왜 샀는지 기억을 더듬어봤는데 놀랍게도 정확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분명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남은 건 "좋아 보였다"는 흐릿한 인상뿐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꽤 충격적이었고 많이 반성을 했습니다. 그날부터 메모장에 한 줄을 적으면서 시작된 것이 지금 3년째 이어지고 있는 투자 일지입니다.
일지를 쓰면서 처음 알게 된 건 투자가 아니라 제 기억에 대한 사실이었습니다. 기억은 녹화가 아니라 편집이더군요. 수익이 난 매매는 시간이 지나면 내 분석이 맞았던 걸로 기억되고 손실이 난 매매는 시장이 이상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산 이유는 미화되고 팔았던 공포는 점점 흐릿해집니다. 이 편집된 기억으로 다음 결정을 내리니 같은 실수가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이성 중심의 가치 판단을 매 번 정확히 내리는 프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록은 이 편집을 막는 유일한 장치였습니다. 매수 버튼을 누른 그 순간의 생각을 그 순간의 언어로 박제해 두면 몇 달 뒤의 나는 미화할 재료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제 일지의 원칙은 하나입니다. 사는 날 그리고 팔기 전에 반드시 작성하는 습관을 지켰습니다.
거창한 도구는 없습니다. 휴대폰 메모장에 종목당 다섯 줄입니다.
첫째 칸, 날짜와 매수가와 비중 그리고 사실 관계의 기록입니다. 나중에 차트를 다시 보면 그날의 위치가 보입니다.
둘째 칸, 산 이유 한 줄입니다. 조건이 하나 있는데 한 문장으로 못 쓰면 사지 않습니다. 이유가 길어진다는 건 대개 이유가 없다는 뜻이더군요. 실적이 좋아서인지, 남들이 사서인지, 이 한 줄 앞에서 결국 나의 감정은 모두 드러나게 되어있습니다.
셋째 칸, 이 이유가 깨지는 조건입니다. 손절 기준을 가격이 아니라 이유에 걸어둔다고 물타기 글에서 적었는데 그 조건을 여기 미리 써둡니다. 예를 들어 "신제품 성장을 보고 샀다"면 "신제품 매출 성장이 두 분기 연속 꺾이면"이 깨지는 조건입니다. 그래야만 나중에 결정할 수 있습니다.
넷째 칸, 지금 감정 한 단어를 작성하셔야 되는데 별표 2개 쳐주세요. 생각보다 매우 중요합니다. 설렘, 불안, 확신, 조급함. 처음에는 관종 느낌에 완전 유치하다고 생각해서 빼버릴지 고민했던 칸입니다. 지금은 이 칸이 가장 비싼 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아래에 적겠습니다.
다섯째 칸은 비워둡니다. 파는 날에 결과와 배운 것을 한 줄로 채웁니다. 실제로 적힌 문장들을 몇 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뉴스 보고 샀는데, 뉴스는 팔 때를 안 알려준다는 걸 배움." "이유가 멀쩡한데 분위기 때문에 팔았다. 다음엔 셋째 칸을 다시 읽고 결정할 것." 이 칸이 채워져야 매매 하나가 끝난 것으로 칩니다.
1년쯤 쌓인 일지를 분기마다 몰아 읽는 복기를 하는데, 방식은 소박합니다. 분기 마지막 주말에 커피 한 잔 내려놓고 삼십 분 그 분기의 일지를 처음부터 읽으면서 결과가 나빴던 매매에만 표시를 해둡니다. 그리고 표시된 것들의 둘째 칸과 넷째 칸만 다시 모아 읽습니다. 산 이유와 그때의 감정만 나란히 보는 건데, 어느 날 이 작업에서 소름 돋는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감정 칸에 "설렘"이나 "조급함"이라고 적힌 매매는 대부분 결과가 나빴고, "지루함"이나 "덤덤함"이라고 적힌 매매는 대체로 괜찮았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습니다. 설렘은 급등하는 걸 보고 뛰어들 때의 감정이고, 조급함은 남들만 버는 것 같을 때의 감정이니까요. 반대로 지루한 매수는 계획대로 하는 적립이거나 오래 지켜본 종목을 조용히 담는 순간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데이터로 고객 패턴을 찾던 사람이 자기 자신의 패턴은 일지를 쓰고 나서야 처음 본 셈입니다. 요즘 저는 매수 전에 감정 칸부터 미리 적어봅니다. 거기에 설렘이라고 쓰게 되면 하루 자고 다시 생각합니다.
분기 복기를 몇 번 돌리고 나니 제 실수의 단골 메뉴가 세 개로 압축됐습니다. 급등 사흘째에 올라타는 것과 뉴스를 보고 당일에 사는 것 그리고 정해둔 비중을 "이번만" 넘기는 것으로 말입니다. 놀라운 건 이 세 가지가 투자 책에 다 나오는 흔한 경고라는 겁니다. 알고 있었는데도 반복했고 반복했다는 사실은 기록이 없었으면 몰랐을 겁니다. 지금은 이 세 줄을 일지 맨 위에 박아두고 매수 전에 해당되는지 확인합니다. 나만의 체크리스트는 책이 아니라 내 실패 기록에서만 나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중간에 안 쓴 달도 있습니다. 다시 이어지게 한 요령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도구를 바꾸지 않기. 좋은 앱과 예쁜 템플릿을 찾아다니는 순간 기록은 취미가 아니라 숙제가 됩니다. 메모장이면 충분합니다. 둘째, 길게 쓰지 않기. 다섯 줄을 넘기면 다음번에 쓰기 싫어집니다. 셋째, 빠뜨린 매매를 소급해서 채우지 않기. 완벽한 기록이 목표가 아니라 다음 매매 전에 한 번 멈추는 습관이 목표니까요.
3년을 써보니 일지가 수익률을 올려준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대신 이건 확실합니다. 같은 실수를 두 번째 할 때, 이제는 하면서 압니다. 아, 이거 그때 그 패턴이다. 그 자각이 세 번째를 막아줍니다. 투자 실력이 는다는 게 별게 아니라 실수의 목록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는 상태라면, 일지는 그 상태로 가는 가장 싼 교통수단입니다.
오늘 매수하실 게 있다면,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다섯 줄만 적어보세요. 특히 넷째 칸에 뭐라고 쓰게 되는지, 그게 오늘 이 글에서 가져가실 전부입니다.
이 글은 개인의 경험과 기록 방식을 나눈 것으로, 특정 매매 방식이나 종목의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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