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5% 시대에 채권 ETF는 왜 손실인가: 듀레이션으로 계산해 본 장기채 손익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채권 손실이 나는 이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2%, 30년물이 5.5%를 넘었습니다. 10년물은 19년 만에, 30년물은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 뉴스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금리가 이렇게 높으면 채권을 산 사람은 이자를 많이 받아서 좋겠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반대입니다. 국내에 상장된 미국 30년 국채 ETF 14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평균 -11.74%이고, 한국 30년 국채 ETF 6개는 평균 -32.92%입니다. 그리고 그 하락 한가운데인 8월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는 미국 30년 국채 ETF 한 종목을 1,710억 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채권 ETF 중 1위였습니다.

이자를 많이 주는데 왜 손실이 나는지, 손실의 크기는 무엇이 결정하는지, 그리고 지금 사는 사람과 1년 전에 산 사람의 손익분기점은 어디인지. 예측이 아니라 산수로 풀 수 있는 것들이라, 직접 계산해 본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채권 가격은 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나

채권은 정해진 이자를 정해진 기간 동안 주기로 한 약속입니다. 이자가 고정돼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액면 100만 원에 매년 3만 원(3%)을 30년 동안 주는 국채를 갖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시장 금리가 5%로 올라서, 새로 발행되는 국채는 매년 5만 원을 줍니다. 이제 제 채권을 누군가에게 팔려면 100만 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같은 돈으로 5만 원짜리를 살 수 있는데 3만 원짜리를 제값에 살 사람은 없으니까요. 남은 30년 동안 매년 2만 원씩 덜 받는 만큼 값을 깎아줘야 팔립니다. 계산하면 약 69만 원, 31% 할인입니다.

반대로 시장 금리가 2%로 내리면 제 3% 채권은 귀해집니다. 같은 계산으로 약 122만 원이 됩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리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릅니다. 채권을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액면 100만 원을 돌려받지만, ETF는 만기 전에 계속 사고팔기 때문에 이 가격 변동이 그대로 수익률에 나타납니다.

마케터에게 익숙한 구조: 고정 단가 장기 계약

이 원리를 처음 이해했을 때 회사에서 맺는 광고 지면 계약이 떠올랐습니다.

연초에 어떤 매체와 광고 단가를 1,000회 노출당 1만 원에 고정하는 연간 계약을 맺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연중에 시장 단가가 1만 2천 원으로 오르면 이 계약은 회사에 이득입니다. 남은 기간만큼 시세보다 싸게 쓰니까요. 반대로 시장 단가가 8천 원으로 떨어지면 이 계약은 짐이 됩니다. 남은 기간 내내 시세보다 비싸게 써야 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 고정 계약의 가치는 시장 단가와 반대로 움직입니다. 둘째, 계약 기간이 길수록 그 차이가 커집니다. 3개월 계약이면 시세가 어떻게 되든 손익이 작지만, 3년 계약이면 시세 변화 하나에 회사가 웃거나 웁니다.

채권도 같습니다. 고정 이자라는 계약이고, 남은 기간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크게 흔들립니다. 채권에서는 이 "남은 기간의 무게"를 듀레이션이라는 숫자로 잽니다.

듀레이션: 금리 1%p에 가격이 몇 % 움직이는지

듀레이션은 원래 채권에서 돈을 돌려받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을 뜻하지만, 실전에서는 더 간단하게 쓸 수 있습니다. 시장 금리가 1%p 움직일 때 채권 가격이 대략 몇 % 반대로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듀레이션이 15인 채권은 금리가 1%p 오르면 가격이 약 15% 내리고, 1%p 내리면 약 15% 오릅니다.

듀레이션대표적인 상품금리 +1%p금리 -1%p
2단기채 ETF약 -2%약 +2%
710년 국채 ETF약 -7%약 +7%
15미국 20년 이상 국채 ETF (TLT)약 -15%약 +15%
3030년 스트립(이자 없는 원금만) 채권약 -30%약 +30%

이 표가 실제와 맞는지 최근 1년 데이터로 확인해 봤습니다.

구분금리 변화듀레이션 × 변화폭실제 1년 수익률
한국 30년 스트립 ETF30년물 3.26% → 4.60% (+1.34%p)30 × 1.34 = 약 -40%-42.80%
한국 30년 국채 ETF 평균같음듀레이션 약 25 기준 -33%-32.92%
미국 30년 국채 ETF (환헤지)30년물 약 +0.8%p15 × 0.8 = -12%, 이자 약 +5% 반영 시 -7%-8.93%

계산과 실제가 거의 맞습니다. 한국 30년 국채 ETF의 -33%라는 숫자는 누가 운용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30년물 금리가 1.34%p 오른 결과가 듀레이션만큼 정직하게 반영된 것입니다. 스트립 채권은 중간에 이자가 없어 듀레이션이 만기와 같은 30이라 가장 크게 떨어졌습니다.

실제 숫자로 본 장기채 ETF의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장기 국채 ETF인 TLT의 공시 자료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항목수치 (2026년 9월 말 기준)
유효 듀레이션14.84년
가중평균 만기26.04년
30일 SEC 수익률 (현재 이자 수준)5.42%
2020년 8월 고점약 179달러
2026년 9월 27일 가격79.42달러 (고점 대비 -55.7%)
최근 12개월 분배금주당 3.89달러

고점 대비 -55.7%라는 숫자를 듀레이션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더 나와야 합니다. 2020년 8월 30년물 금리가 1%대였으니 지금까지 4%p 넘게 올랐고, 15를 곱하면 -60%를 넘습니다. 실제 하락이 그보다 작은 이유는 듀레이션이 근사치이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오를수록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는 조금씩 느려지는데(볼록성이라고 부릅니다), 작은 변화에서는 무시해도 되지만 4%p 같은 큰 변화에서는 차이가 납니다. 앞의 1년 검증에서 계산이 잘 맞은 것도 변화폭이 1%p 안팎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자가 손실을 메워주는 속도

여기까지 보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나옵니다. 그래도 이자를 5.4%나 주는데, 그걸로 손실이 메워지지 않나?

이것도 계산이 됩니다. TLT의 이자 5.42%를 듀레이션 14.84로 나누면 0.37%p입니다. 1년 동안 금리가 0.37%p만 올라도 1년치 이자가 전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8월 18일 5.337%였던 30년물이 9월 28일 5.544%로 약 0.2%p 올랐으니, 한 달 남짓 만에 반년치 이자가 날아간 셈입니다.

반대 방향도 같습니다. 금리가 0.37%p 내리면 이자 5.4%에 가격 상승 5.4%가 더해져 1년에 약 11%가 됩니다. 1%p 내리면 20%가 넘습니다. 장기채 ETF를 사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사실 이자가 아니라 이 부분입니다. 그래서 한 증권 전문지는 TLT를 "금리 인하를 사는 상품이 아니라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보험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이라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경기가 나빠져 금리가 급락할 때 크게 오르고,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보험료를 내듯 손실이 쌓입니다.

'저점 왔다'는 판단 대신 계산할 수 있는 것

8월 한 달간 개인 투자자가 국내 상장 미국 30년 국채 ETF를 1,710억 원 순매수한 배경에는 "저점이 왔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언론은 전합니다. 그 ETF는 8월 28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이후 30년물 금리는 0.2%p 더 올랐습니다. 듀레이션 15 기준으로 약 3% 추가 하락입니다.

저점이 어디인지는 저도 모르고, 이 블로그에서 그걸 맞히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산수로 답할 수 있는 질문 두 개를 적어봤습니다.

지금 사는 사람의 손익분기점. 이자 5.4%, 듀레이션 15 기준으로 1년 뒤 금리가 지금보다 0.37%p 이상 오르지만 않으면 손실은 없습니다. 금리가 그대로면 이자만큼 법니다.

1년 전에 산 사람의 회복 조건. 환헤지형 기준 1년 수익률이 -8.93%이므로 본전까지 약 9.8%가 올라야 합니다. 이자 1년치 5.4%를 빼면 가격이 4.4% 올라야 하고, 듀레이션 15로 나누면 금리가 약 0.3%p 내려야 합니다. 이자 없이 가격만으로 회복하려면 약 0.65%p 하락이 필요합니다.

이 숫자들은 금리가 어디로 갈지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저점"이라는 말 대신 "0.37%p"와 "0.3%p"라는 구체적인 조건을 손에 쥐고 판단할 수 있게 해줍니다. 회사에서 예산을 결정할 때 "지금이 기회 같다"보다 "단가가 얼마 밑이면 이득"이라고 적어두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같은 미국 국채인데 환헤지 여부로 7%p 차이

한 가지 더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국내 상장 미국 30년 국채 ETF 중 환헤지를 하지 않은 상품은 환헤지 상품보다 1년 수익률이 7.02%p 더 낮았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5월 1,559원에서 9월 1,350원대까지 내려온 영향입니다. 달러로 표시된 채권 가격이 같아도 원화로 바꾸면 그만큼 줄어듭니다.

상품명 끝에 (H)가 붙어 있으면 환헤지형입니다. 환헤지에는 비용이 들고, 환율이 오를 때는 반대로 헤지 안 한 쪽이 유리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환율 전망이 아니라 내가 달러 위험까지 지고 싶은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듀레이션을 계산해 보고 바꾼 생각

이 계산을 하기 전까지 저는 채권을 "주식보다 안전한 것"으로 뭉뚱그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30년 국채 ETF가 1년에 33% 빠지는 걸 보면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채권이 안전한 게 아니라 기간이 짧은 채권이 안전한 것이었습니다. 광고 계약에서 3개월 계약과 3년 계약이 완전히 다른 위험인 것처럼요.

그래서 앞으로 채권 ETF를 볼 때는 이름이 아니라 두 숫자를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운용사 홈페이지에 나오는 듀레이션과 SEC 수익률(또는 만기수익률)입니다. 둘을 나누면 손익분기 금리 변화폭이 나오고, 그 숫자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인지가 판단의 시작점입니다.

이 계산을 쓸 때 주의할 점

듀레이션은 근사치입니다. 금리 변화가 1%p 안팎이면 잘 맞지만, 크게 움직일 때는 볼록성 때문에 실제 하락은 계산보다 작고 상승은 계산보다 큽니다.

액티브 ETF의 듀레이션은 바뀝니다. 운용사가 편입 채권을 조정하면 듀레이션도 달라지므로, 살 때의 숫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세금이 다릅니다. 국내 상장 해외채권 ETF의 매매차익은 배당소득으로 15.4% 과세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들어갑니다. 해외 상장 ETF는 양도소득세 22%에 연 250만 원 공제가 적용됩니다.

이 글은 금리 방향을 말하지 않습니다. 금리가 오를지 내릴지는 이 계산으로 알 수 없고, 저도 모릅니다. 이 글이 다루는 건 금리가 움직였을 때 내 계좌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지나요?
채권 이자는 고정돼 있는데 새로 나오는 채권이 더 높은 이자를 주면, 기존 채권은 값을 깎아야 팔리기 때문입니다. 남은 기간이 길수록 깎이는 폭이 큽니다.

Q. 듀레이션이 무엇인가요?
금리가 1%p 움직일 때 채권 가격이 대략 몇 % 반대로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듀레이션 15인 ETF는 금리 1%p 상승에 약 15% 하락합니다.

Q. 이자를 받으면 손실이 상쇄되지 않나요?
이자율을 듀레이션으로 나눈 만큼만 금리가 올라도 1년치 이자가 사라집니다. TLT 기준 약 0.37%p입니다.

Q. 장기채 ETF 이름의 (H)는 무슨 뜻인가요?
환헤지형이라는 뜻입니다. 원화 강세 때 헤지 안 한 상품보다 손실이 작고, 원화 약세 때는 반대입니다. 최근 1년은 헤지형이 7%p가량 유리했습니다.

Q. 금리가 내리면 얼마나 오르나요?
같은 계산을 반대로 하면 됩니다. 듀레이션 15인 ETF는 금리 1%p 하락에 약 15%, 여기에 이자가 더해집니다. 큰 폭의 하락에서는 볼록성 때문에 계산보다 조금 더 오릅니다.

정리하며

채권 ETF의 손실은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금리 변화폭에 듀레이션을 곱하면 거의 그대로 나옵니다. 한국 30년 국채 ETF의 -33%도, 미국 장기채 ETF의 -9%도 그 산수의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점인가"라는 질문을 "금리가 얼마나 움직이면 얼마를 잃거나 버는가"로 바꿔서 적어두기로 했습니다. 광고 계약서에 단가와 기간을 적듯이요. 두 번째 질문은 답이 있고, 첫 번째 질문은 아무도 답을 모릅니다. 이번 주 아침 루틴에서 미국 10년물 금리를 가장 먼저 보게 된 이유도, 이 산수를 한 번 해보고 나서였습니다.


출처: iShares, TLT 상품 공시(2026년 9월 25~28일 기준, 유효 듀레이션·SEC 수익률·만기); 24/7 Wall St.(2026.9.27, TLT 가격·고점·분배금); 이투데이 「'안전자산' 샀는데… 한미 장기채 ETF 투자자 '한숨'」(2026.9.23, 국내 상장 장기채 ETF 수익률·금리 변화); 파이낸셜뉴스 「"저점 왔다" 美 장기채ETF 담는 개인들」(2026.8.30, 개인 순매수·신저가); 파이낸셜뉴스(2026.9.29, 30년물 5.544%); 뉴스핌 「서학개미 ETF 디코딩: TLT」(2026.6.11). 채권 가격 예시와 손익분기 계산은 필자가 직접 계산한 근사치이며, 실제 ETF 수익률은 편입 채권 구성·비용·환헤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글은 채권 가격과 금리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기록이며, 특정 ETF나 채권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금리의 향후 방향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지 않으며,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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