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언제 사는 것보다 떨어졌을 때 팔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결정적 근거
지난 글에서 다룬 찰스슈왑의 20년 실험에는 다섯 명 모두에게 적용된 전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20년 동안 한 번도 팔지 않는다. 그래서 그 실험은 언제 사느냐만 비교할 수 있었고, 파는 행동의 비용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번 글은 그 빠진 변수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하락장에서 팔면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숫자로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 주제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증권사가 즐겨 보여주는 유명한 차트가 있는데, 그 차트는 절반만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글은 차트를 먼저 보여드리고, 그 차트가 빼놓은 나머지 절반을 보여드린 다음, 그럼에도 왜 하락장 매도가 비싼 행동인지 정리하는 순서로 갑니다.
절반. 최고의 10일을 놓친 사람
JP모건 자산운용이 매년 갱신하는 자료입니다
. 2005년 1월 3일에 S&P 500에 1만 달러를 넣고 2024년 12월 31일까지 두었다면 7만 1,750달러가 됩니다. 연평균 10.4%입니다.
그런데 그 20년 중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단 10일에 시장에 없었다면 결과는 이렇게 바뀝니다.
| 시나리오 | 20년 후 자산 | 연평균 수익률 |
|---|---|---|
| 계속 보유 | $71,750 | 10.4% |
| 최고의 10일 놓침 | $32,871 | 6.1% |
| 최고의 60일 놓침 | $4,712 | -3.7% |
20년은 약 5,000거래일입니다. 그중 10일을 놓쳤을 뿐인데 자산이 절반 이하가 됩니다. 60일을 놓치면 원금이 깨집니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30년 버전(1995년 7월~2025년 6월)도 같은 모양입니다. 계속 보유하면 연 8.45%인데, 최고의 30일을 놓치면 2.07%로 떨어집니다.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 2.5%보다 낮습니다.
여기까지가 흔히 보는 차트입니다. 결론은 늘 같습니다. 언제 오를지 모르니 그냥 들고 있어라.
나머지 절반. 최악의 10일도 놓친 사람
이 차트에 대한 반박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질문은 단순합니다. 최고의 날만 골라서 빼면 당연히 결과가 나빠지는데, 그럼 최악의 날도 같이 빼면 어떻게 되는가.
웰스파고는 그 계산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 시나리오 (30년) | 연평균 수익률 |
|---|---|
| 계속 보유 | 8.45% |
| 최고의 10일만 놓침 | 5.56% |
| 최고의 10일 + 최악의 10일 놓침 | 8.72% |
| 최고의 20일 + 최악의 20일 놓침 | 8.94% |
| 최고의 50일 + 최악의 50일 놓침 | 9.33% |
최고의 날과 최악의 날을 둘 다 빼면 오히려 계속 보유한 것보다 낫습니다. 많이 뺄수록 더 좋아집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더 긴 계산도 있습니다. 1930년 이후 10년 단위로 각 10년의 최고의 10일을 빼면 S&P 500의 누적 수익률이 19,975%에서 45%로 무너집니다. 그런데 반대로 각 10년의 최악의 10일을 빼면 4,275,143%가 됩니다.
즉 이 실험은 대칭입니다. 최고의 날을 빼는 계산으로 "들고 있어라"를 주장할 수 있다면, 최악의 날을 빼는 계산으로 "반드시 팔아라"도 똑같이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한쪽만 보여주는 차트는 어느 쪽이든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최고의 10일 차트"만으로는 하락장에서 팔면 안 된다는 게 증명되지 않습니다. 제가 이 글을 그 차트로 끝내지 않는 이유입니다.
진짜 근거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양쪽 계산을 다 놓고 보면, 진짜 질문이 드러납니다. 최고의 날과 최악의 날은 언제 오는가.
답은 놀랄 만큼 일관됩니다. 같이 옵니다.
- JP모건의 2005~2024년 분석에서, 최고의 10일 중 7일이 최악의 10일로부터 2주 안에 있었습니다.
- 2026년판(2006~2025년)에서는 최고의 10일 중 6일이 최악의 10일로부터 2주 안에 있었고, 그 6일 중 5일은 최악의 날 이후에 왔습니다.
- 2020년 3월 12일은 그해 두 번째로 나쁜 날이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3월 13일은 그해 두 번째로 좋은 날이었습니다.
- 웰스파고 자료에서는 2020년 3월 9일부터 18일까지 8거래일 사이에 30년치 최고의 날 중 3일과 최악의 날 중 5일이 몰려 있었습니다.
- 1994~2024년 S&P 500을 분석한 별도 연구에서는, 상위 20위 상승일 중 18일과 상위 20위 하락일 중 19일이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 있을 때 발생했습니다. 좋은 날과 나쁜 날 모두 시장이 이미 무너진 상태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이 사실이 위의 두 표를 연결합니다. 최고의 날과 최악의 날을 둘 다 피하려면, 그 둘이 몰려 있는 변동성 높은 구간 전체를 미리 빠져나가 있어야 합니다. 즉 폭락이 오기 전에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반등이 시작되기 전에 들어와야 합니다.
그게 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현실의 순서가 문제입니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파는 시점은 폭락 전이 아니라 폭락 후입니다. 계좌가 크게 파란 것을 본 뒤에 결정합니다. 그 결정이 실행되는 시점에 최악의 날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손실은 이미 확정입니다.
그리고 데이터가 보여주듯 최고의 날은 최악의 날 바로 뒤에 옵니다. 팔고 나간 사람은 정확히 그 날에 시장 밖에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최고의 날만 놓침 → 이론상의 시나리오, 비현실적 (위 첫 번째 표)
- 최악의 날만 놓침 → 이론상의 시나리오, 비현실적
- 둘 다 놓침 → 폭락 전에 나가야 가능, 신호가 없어 실행 불가
- 최악의 날을 맞고 최고의 날을 놓침 → 하락 후 매도하는 사람의 실제 경로
네 가지 중 가장 나쁜 조합이 마지막이고, 그게 현실에서 가장 흔한 경로입니다. "최고의 10일 차트"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은 맞지만, 하락 후에 파는 사람에게는 그 차트가 꽤 정확한 근사치가 됩니다. 최악의 날 손실은 이미 맞은 상태에서 최고의 날만 빠지는 구조니까요.
마케팅 실무에서 보는 같은 구조
광고 캠페인의 일간 성과는 생각보다 크게 흔들립니다. 월요일에 전환율이 반 토막 나는 날이 있습니다. 그날 캠페인을 끄면 두 가지 일이 생깁니다. 플랫폼이 쌓아둔 학습이 초기화되고, 화요일의 반등을 먹지 못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하루의 숫자로 캠페인을 끄지 않습니다. 끄는 기준을 미리 정해두고, 그 기준에 걸릴 때만 끕니다.
그리고 분석 일을 하면서 몸에 밴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한쪽만 보여주는 차트를 보면 반대쪽 숫자부터 찾습니다. 최고의 10일 차트도 그렇게 읽었고, 반대쪽 숫자를 찾고 나서야 이 차트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보였습니다. 반대쪽까지 봐야 결론이 섭니다.
이 데이터의 한계
미국 S&P 500의 결과입니다. 지난 글과 같은 한계입니다. 다른 지수에서 같은 군집 현상이 같은 강도로 나타나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세금과 수수료가 빠져 있습니다. 실제로 팔고 다시 사면 거래 비용과 세금이 발생합니다. 위 표는 그 비용을 반영하지 않았으므로, 매매를 반복하는 시나리오의 실제 결과는 표보다 더 나쁩니다.
"둘 다 놓치기"를 노리는 전략이 존재합니다. 이동평균선 같은 규칙으로 변동성 구간을 통째로 빠져나가는 추세추종 방식입니다. 이론상 가능하고 실제로 운용되는 전략입니다. 다만 횡보장에서 신호가 반복해서 틀리며 비용이 쌓이는 문제가 있고, 2020년처럼 급락 후 급반등하는 장에서는 내려갈 때 한 번, 늦게 들어올 때 한 번 두 번 맞습니다. 이 글은 그 전략의 우열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다만 "폭락 후 감정적으로 파는 것"과 "미리 정한 규칙으로 나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행동이라는 점만 짚어둡니다.
과거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럼 절대 팔면 안 된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이 데이터가 말하는 건 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파는 행동의 비용입니다. 처음에 산 이유가 깨졌다면 파는 게 맞습니다. 이유가 그대로인데 가격만 내려간 상황에서 파는 것이 문제입니다.
Q. 반대로 하락장에서 더 사야 하나요?
이 데이터는 그것까지 말하지 않습니다. "팔지 마라"와 "더 사라"는 다른 주장입니다. 하락장 매수는 별도의 근거가 필요합니다.
Q. 현금 비중을 미리 조절해두는 건요?
폭락 전에 규칙에 따라 조절한 것이라면 이 글의 비판 대상이 아닙니다. 문제는 폭락 후에 감정으로 조절하는 경우입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순서와 이유가 다르면 결과가 다릅니다.
Q. 최고의 날이 온 다음에 다시 들어가면 안 되나요?
그게 바로 최고의 날을 놓치는 경로입니다. 최고의 날이 왔다는 건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지난 글의 결론은 "최악의 타이밍으로 사도, 사지 않는 것보다 낫다"였습니다. 이번 글의 결론은 "최악의 날 뒤에 파는 것이 가장 비싼 행동이다"입니다.
두 글을 합치면 한 문장이 됩니다. 언제 사느냐보다, 떨어졌을 때 팔지 않는 것이 결과를 더 크게 가릅니다.
저도 2022년 하락장에서 계좌를 열어보고 매도 버튼 앞에서 한참 서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누르지 않은 건 데이터를 알아서가 아니라 손이 안 움직여서였는데, 이 숫자들을 미리 알았다면 그 시간이 훨씬 덜 괴로웠을 것 같습니다.
출처: J.P. Morgan Asset Management, Guide to Retirement 2025 및 2026 (S&P 500 Total Return Index 기준); Wells Fargo Investment Institute, "Perils of Timing Volatile Markets" (1995년 7월~2025년 6월, Bloomberg 데이터); Bank of America 리서치 (1930년 이후 10년 단위 분석, 2022년 3월 기준); Bloomberg·Norgate 데이터 기반 1994~2024년 S&P 500 분석. 모든 수치는 세금·수수료·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가상 시나리오이며, 지수에는 직접 투자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연구 결과를 정리한 기록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 매매 시점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과거 성과는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으며,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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