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자산 5.7억, 중앙값은 2.4억: 통계청 숫자가 체감과 다른 이유
작년 12월 초에 이런 기사 제목이 떴습니다. "한 집당 자산 5.7억, 연소득 7,427만 원… 이 정도 벌어야 한국 평균."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가 나온 날이었습니다. 회사 메신저에서 이 기사가 돌았고,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우리 집은 평균 이하구나.
저도 처음엔 그렇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열어보니 같은 표 안에 다른 숫자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순자산 중앙값 2억 3,860만 원. 평균의 절반입니다.
이 두 숫자가 왜 두 배나 차이 나는지, 그리고 올해 조사에서 평균은 올랐는데 중앙값은 내려간 게 무슨 뜻인지 정리해 봤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나 온라인쇼핑 통계를 읽을 때와 같은 이유로 쓰는 글인데, 광고 리포트에서 매일 평균을 보는 사람으로서 이건 제가 제일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종류의 숫자이기도 합니다.
평균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가구 열 집이 사는 동네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홉 집은 순자산이 2억 원이고, 한 집이 30억 원입니다.
| 구분 | 계산 | 결과 |
|---|---|---|
| 평균 | (2억 × 9집 + 30억) ÷ 10집 | 4억 8,000만 원 |
| 중앙값 | 열 집을 순서대로 세워 가운데 집 | 2억 원 |
이 동네의 "평균 가구"는 4억 8천만 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 4억 8천만 원을 가진 집은 한 집도 없습니다. 아홉 집은 평균의 절반도 안 되고, 한 집은 평균의 여섯 배입니다. 평균은 틀린 숫자가 아닙니다. 다만 "대표적인 집"이 아니라 "전체를 똑같이 나눴을 때의 집"을 보여줄 뿐입니다.
중앙값은 다릅니다. 열 집을 적은 순서로 세워서 한가운데 집을 고른 것이라, 30억 집이 300억이 돼도 중앙값은 2억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자산처럼 한쪽으로 길게 늘어진 분포에서는 평균보다 중앙값이 "보통 집"에 가깝습니다.
실제 숫자는 이렇습니다
2025년 3월 말 기준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입니다. 전국 약 2만 가구를 조사한 것입니다.
| 항목 | 평균 | 중앙값 | 평균 ÷ 중앙값 |
|---|---|---|---|
| 가구 순자산 (자산 - 부채) | 4억 7,144만 원 | 2억 3,860만 원 | 1.98배 |
| 가구 처분가능소득 (2024년) | 6,032만 원 | 4,823만 원 | 1.25배 |
자산은 평균이 중앙값의 두 배인데 소득은 1.25배입니다. 소득보다 자산이 훨씬 더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뜻입니다. 매달 들어오는 돈의 차이보다 쌓여 있는 돈의 차이가 크다는 건 직관적으로도 맞는 얘기지만, 숫자로 보면 그 정도가 생각보다 큽니다.
분포를 직접 보면 더 분명합니다.
| 가구 순자산 | 가구 비율 | 누적 |
|---|---|---|
| 1억 원 미만 | 29.5% | 29.5% |
| 1억 ~ 2억 원 | 15.4% | 44.9% |
| 2억 ~ 3억 원 | 12.1% | 57.0% |
| 3억 ~ 10억 원 | 31.2% | 88.2% |
| 10억 원 이상 | 11.8% | 100% |
전체 가구의 57%가 순자산 3억 원 미만입니다. 평균인 4억 7천만 원은 이 표에서 상위 40% 안쪽 어딘가에 있습니다. 평균 가구는 보통 가구가 아니라 꽤 잘사는 가구입니다. 반대로 하위 10%의 평균 순자산은 -771만 원, 그러니까 빚이 자산보다 많습니다.
상위 10%가 전체 순자산의 46.1%를 갖고 있고, 하위 50%가 가진 건 9.1%입니다. 열 집 동네 비유로 돌아가면, 한 집이 동네 재산의 절반을 갖고 있고 다섯 집이 합쳐서 10분의 1을 갖고 있는 구조입니다. 그 동네의 "평균"이 아홉 집의 형편을 설명하지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올해 가장 이상했던 숫자
이번 조사에서 제 눈에 가장 오래 걸린 건 평균이 아니라 변화율이었습니다.
평균 순자산은 1년 전보다 5.0% 늘었습니다. 그런데 중앙값은 140만 원 줄었습니다. 2억 4,000만 원에서 2억 3,860만 원으로요. 0.6% 감소입니다.
평균은 오르고 중앙값은 내렸다는 건, 늘어난 자산이 위쪽에 몰렸다는 뜻입니다. 통계청은 상위 계층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 상승을 원인으로 짚었습니다. 순자산 지니계수도 0.625로 2012년 집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 가구 자산 5% 증가"라는 제목과 "중간 가구 자산은 줄었다"는 제목이 같은 자료에서 둘 다 나올 수 있습니다. 둘 다 사실이고, 어느 쪽 숫자를 제목으로 고르느냐의 문제입니다.
회사에서 평균을 믿지 않게 된 날
몇 년 전에 어떤 캠페인의 평균 구매액이 전월보다 40% 올랐다고 보고한 적이 있습니다. 광고 타깃을 바꾼 게 먹혔다고 썼습니다. 다음 날 팀장이 물었습니다. 구매자 수는요? 세어 보니 거의 그대로였고, 올라간 평균의 대부분은 한 명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평소보다 30배 넘게 산 고객 한 명. 그 한 명을 빼면 평균 구매액은 전월과 거의 같았습니다.
그 뒤로 보고서에 평균을 쓸 때는 중앙값을 옆에 같이 적습니다. 둘이 비슷하면 평균을 믿어도 되고, 둘이 크게 벌어지면 누군가 평균을 끌고 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몇 명인지, 왜 그렇게 샀는지를 따로 봅니다. 평균이 올랐다는 보고와 큰손 한 명이 들어왔다는 보고는 완전히 다른 보고니까요.
가구 자산 통계도 같습니다. 평균 4억 7천과 중앙값 2억 4천이 두 배 차이 난다는 건, 누군가 평균을 끌고 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누군가는 상위 10%이고, 그들의 평균 순자산은 21억 7천만 원입니다.
내 위치는 어떻게 읽나
이 조사가 유용한 이유는 "나는 어디쯤인가"를 꽤 정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순자산을 계산합니다. 집, 전세보증금, 예금, 주식, 연금저축 잔액을 전부 더한 게 자산이고,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대출, 카드 미결제액을 더한 게 부채입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게 순자산입니다. 통계가 가구 단위라 배우자 것까지 합쳐야 합니다.
그 다음 위의 분포표에 넣어보면 됩니다. 순자산 2억 4천만 원이면 딱 가운데입니다. 3억이면 위에서 43% 안쪽, 10억이면 위에서 11.8% 안쪽입니다. 상위 10%의 경계는 공식 자료에 따로 나오지 않지만, 10억 이상이 11.8%이니 10억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저도 해봤습니다. 결과를 여기 적지는 않겠지만, 평균과 비교했을 때와 중앙값과 비교했을 때의 기분이 달랐다는 것만 적어둡니다. 월급이 올라도 잔고가 그대로였던 이유를 찾던 때와 비슷한 종류의 발견이었습니다. 숫자가 바뀐 게 아니라 비교 대상이 바뀐 것뿐인데도요.
나이대로 보면 또 다릅니다.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구의 순자산 평균은 2억 1,950만 원이고, 50대 가구는 5억 5,161만 원입니다. 30대가 전체 평균 4억 7천과 자기 계좌를 비교하면 당연히 한참 모자랍니다. 같은 나이대의 숫자와 비교하는 게 맞고, 그래도 평균이 아니라 중앙값과 비교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연령대별 중앙값은 보도자료에 나오지 않아서, 저도 평균밖에 못 봤습니다.
평균이 맞는 자리도 있습니다
평균을 쓰지 말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나라 전체 가계 자산이 얼마인지 알고 싶으면 평균에 가구 수를 곱하면 됩니다. 중앙값으로는 그 계산이 안 됩니다. 분포가 고르게 퍼져 있을 때는 둘이 비슷해서 어느 쪽을 써도 상관없습니다.
문제는 "보통 가구가 얼마를 갖고 있나"라는 질문에 평균으로 답할 때 생깁니다. 그 질문의 답은 중앙값입니다. 그리고 뉴스 제목은 대개 평균을 씁니다. 숫자가 더 크고, 통계청 보도자료 첫 줄에 나오는 게 평균이기 때문입니다.
이 숫자를 읽을 때 조심할 것
조사 시점이 2025년 3월입니다. 그 뒤로 집값도 주가도 많이 움직였습니다. 올해 12월에 나올 다음 조사는 꽤 다른 숫자일 수 있습니다.
자기 보고 조사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응답자가 생각하는 시세이고, 금융자산은 응답자가 적어낸 금액입니다. 고액 자산가일수록 조사에 덜 잡힌다는 지적도 있어서, 실제 쏠림은 통계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구 단위입니다. 1인 가구도 한 가구로 셉니다. 1인 가구가 늘수록 가구당 평균과 중앙값은 낮아집니다. 개인 기준으로 환산한 숫자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순자산 상위 10%는 얼마부터인가요?
공식 경계값은 발표되지 않습니다. 순자산 10억 원 이상 가구가 11.8%이므로 10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상위 10%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1억 7천만 원입니다.
Q. 평균과 중앙값 중 무엇과 비교해야 하나요?
"보통 가구와 비교해 나는 어디쯤인가"가 궁금하면 중앙값입니다. 2025년 기준 가구 순자산 중앙값은 2억 3,860만 원입니다.
Q. 순자산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부동산, 전세보증금, 예금, 주식, 연금 잔액 등 자산 전부에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 부채 전부를 뺀 금액입니다. 가구 단위 통계이므로 배우자 몫까지 합쳐서 계산합니다.
12월에 2026년 조사가 나오면 평균과 중앙값이 각각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다시 보려고 합니다. 올해처럼 둘이 반대로 가는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출처: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2025년 12월 4일 발표, 자산·부채는 2025년 3월 31일 기준, 소득은 2024년 연간); 정책브리핑 및 SR타임스·한국경제·머니투데이 보도(2025년 12월 4~5일). 열 집 동네 예시는 설명을 위해 만든 가상의 숫자이고, 분포표의 누적 비율과 평균·중앙값 배율은 발표 수치로 필자가 계산했습니다. 상위 10% 경계값은 공식 발표가 아닌 추정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통계를 읽는 방법을 정리한 기록이며, 특정 자산이나 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가구별 상황은 통계와 다를 수 있으며, 모든 재무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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