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 4%, 물가 2.9%: 1,000만 원을 1년 맡기면 실제로 남는 돈은 5만 원입니다

예금금리 4%, 물가 상승률 2.9%일 때 천만원 맡기면 실제 남는 이자는 얼마일까?

지난주에 은행 앱에서 알림이 하나 왔습니다. 작년에 넣어둔 정기예금 만기 안내였고, 세후 이자가 34만 원 조금 넘게 찍혀 있었습니다. 1,000만 원에 4%대 금리였으니 계산대로입니다. 기분이 괜찮았는데, 같은 날 주유소에서 경유를 넣으면서 기분이 달라졌습니다. 작년 이맘때보다 리터당 20% 가까이 올라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34만 원이 실제로 얼마인지 계산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적으면 5만 원입니다. 그리고 제 경우에는 5만 원도 아니고 마이너스였습니다. 그 계산을 적어둡니다.

이자에서 두 번을 빼야 합니다.

예금 금리 4.04%는 세전 숫자입니다. 이자소득세 15.4%를 떼면 3.42%가 되고, 1,000만 원이면 세후 이자는 34만 1,784원입니다. 여기까지는 통장에 찍히는 숫자라 누구나 압니다.

두 번째 빼기는 통장에 안 찍힙니다. 통계청이 10월 2일에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9% 올랐습니다. 1년 전에 1,000만 원으로 살 수 있던 물건이 지금은 1,029만 원입니다. 세후 원리금 1,034만 1,784원에서 이걸 빼면, 1년 동안 예금을 하고 실제로 늘어난 구매력은 5만 원입니다. 금리 4%짜리 예금의 실질 수익률은 0.5%였습니다.

1,000만 원을 1년세전 금리세후 금리물가 2.9% 뺀 실질 수익률실제로 늘어난 구매력
지방은행·저축은행 정기예금 최고4.04%3.42%+0.50%+5만 원
시중은행 정기예금3.50%2.96%+0.06%+6천 원
파킹통장2.20%1.86%-1.01%-10만 원
그냥 현금0%0%-2.82%-28만 원

시중은행 3.5%짜리는 1년 지키고 6천 원 남습니다. 파킹통장에 둔 돈은 이자를 받고도 10만 원어치 구매력이 줄었습니다. 금리가 2%대인 통장은 돈을 불리는 곳이 아니라 덜 잃는 곳입니다. 이 표를 보고 나서 "예금 금리가 올랐다"는 기사를 읽는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예금 금리가 오른 건 사실인데 물가도 같이 올라서, 1년 전 금리 2%대에 물가 2% 때와 실질 수익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9%는 평균이고, 제 물가는 3.8%였습니다

그런데 2.9%라는 숫자도 통장 이자처럼 그대로 믿을 숫자는 아닙니다. 소비자물가는 458개 품목의 평균이고, 9월에는 품목별로 방향이 갈렸습니다.

품목9월 상승률 (전년 동월)품목9월 상승률 (전년 동월)
경유+20.0%외식+2.5%
석유류 전체+14.8%가공식품+2.1%
개인서비스+3.5%공공서비스+1.5%
보험서비스+13.4%집세+1.3%
국제항공료+22.5%농산물-4.0%
공업제품 전체+4.2%농축수산물 전체-0.3%

석유류 하나가 2.9% 중 0.56%포인트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 기름을 많이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의 물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 지출을 큰 덩어리로 나눠서 9월 상승률을 다시 가중해 봤습니다. 저는 월세를 내고 경유차로 출퇴근합니다. 비교를 위해 자가에 살면서 대중교통을 타고 집밥을 주로 먹는 가상의 사람 하나를 옆에 세웠습니다.

지출 항목 (9월 상승률)제 것 (월세·경유차)비교 (자가·대중교통·집밥)
집세 (+1.3%)25%0%
식료품 (-0.3%)10%25%
가공식품 (+2.1%)10%15%
외식 (+2.5%)15%10%
경유 (+20.0%)10%0%
공공서비스 (+1.5%)5%15%
개인서비스 (+3.5%)25%35%
가중 물가 상승률3.83%1.94%
예금 4.04%의 실질 수익률-0.40%+1.45%

같은 예금, 같은 금리, 같은 세금인데 한 사람은 실질로 잃었고 한 사람은 1.45% 벌었습니다. 차이는 전부 지출 구조에서 나왔습니다. 비중은 제가 가계부를 보고 대략 잡은 숫자라 통계청 가중치와 다르고, 비교 대상은 가상의 인물입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기름값이 오른 해에는 차 타는 사람의 물가가 평균보다 높고, 농산물이 내린 해에는 집밥 먹는 사람의 물가가 평균보다 낮습니다.

한 가지 더 적어두면, 통계청 소비자물가에는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의 주거비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집세 항목은 전세와 월세만 봅니다. 그래서 자가 가구의 물가는 지수보다 더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세입자의 물가는 집세가 오르는 해에 지수보다 높게 나옵니다.

광고 예산도 같은 방법으로 봅니다

이 계산이 익숙했던 건 회사에서 광고 예산을 볼 때 똑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디지털 광고 예산이 작년과 같다고 하면 겉으로는 "유지"입니다. 그런데 주요 플랫폼의 노출당 단가가 작년보다 10% 넘게 올랐으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노출은 10% 줄어 있습니다. 예산표에는 같은 숫자가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깎인 겁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예산을 보고할 때 금액 옆에 "작년 단가 기준 환산"을 한 줄 더 적습니다. 예금 이자 옆에 물가를 한 줄 더 적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그래서 보는 숫자가 하나 늘었습니다

예금 만기 알림을 받으면 이제 세 가지를 봅니다. 세후 이자, 그 기간의 물가 상승률, 그리고 제 지출 구조에서 많이 오른 항목이 뭔지. 세 번째는 통계청 발표 자료의 품목별 표에서 제가 돈을 많이 쓰는 항목 대여섯 개만 찾아보면 10분이면 끝납니다.

이 계산을 하고 나서 예금에 대한 기대가 바뀌었습니다. 예금은 돈을 불리는 도구가 아니라 물가만큼 지키는 도구이고, 금리가 물가보다 1%포인트쯤 높을 때 겨우 본전을 조금 넘깁니다. 그 1%포인트가 올해는 있었고, 제 지출 구조에서는 없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2.6%이고, 10월 22일 금통위에서 금리가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다만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이자 옆에 물가를 한 줄 적는 습관은 그대로 가져갈 생각입니다.

평균이 개인을 대표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가계 자산 평균과 중위값에서 한 번 적었습니다. 물가도 같습니다. 2.9%는 458개 품목과 모든 가구를 합친 평균이고, 그 평균에 정확히 해당하는 사람은 아마 없습니다.


출처: 통계청 「2026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2026년 10월 2일, 전년 동월 대비 2.9%, 품목별 상승률과 석유류 기여도 0.56%p, 1~9월 누계 2.6%); 뉴스핌·아시아경제·이투데이 같은 날 보도(품목별 세부 수치). 예금 금리는 2026년 10월 초 은행연합회 공시 기준 지방은행·저축은행 1년 정기예금 최고 금리와 5대 은행 평균을 썼습니다. 지출 비중 표는 필자의 가계부를 바탕으로 한 대략적인 수치이며 통계청 가중치가 아닙니다. 비교 인물은 가상이고, 광고 예산 비유는 필자의 업무 경험에 따른 설명입니다.

이 글은 예금 이자를 세금과 물가를 반영해 읽는 방법을 정리한 기록이며, 금리나 물가의 방향에 대한 전망이나 특정 금융상품에 대한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금융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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